고구마를 삶거나 쪄서 바로 먹지 않고 냉장고에 넣어 식혀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구마를 식히면 저항성 전분이 늘어난다.”
“차갑게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른다.”
이런 이야기도 자주 들립니다.
실제로 익힌 전분 식품을 식히면 전분 구조의 일부가 변하면서 소화되기 어려운 저항성 전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고구마를 식혔다고 탄수화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식후 혈당이 크게 낮아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고구마는 식히는 것뿐 아니라 삶기·찌기·굽기 같은 조리법과 먹는 양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1. 고구마를 익히면 전분이 어떻게 달라질까
생고구마에는 전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고구마를 물과 함께 가열하면 전분 알갱이의 구조가 풀어지는 호화가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전분은 소화효소가 접근하기 쉬운 상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고구마라도 생고구마와 충분히 익힌 고구마의 전분 구조는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익힌 고구마를 식히면 다시 변화가 일어납니다.
2. 식히면 생기는 ‘저항성 전분’이란
익힌 전분 식품을 식히면 풀어졌던 전분 분자의 일부가 다시 정렬됩니다.
이를 전분의 노화 또는 재결정화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저항성 전분 3형(RS3)입니다.
저항성 전분은 일반 전분보다 소장에서 소화효소에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밥이나 감자, 파스타 같은 전분 식품에서도 가열한 뒤 식히는 과정에 따라 저항성 전분의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구마도 전분 식품이기 때문에 조리와 냉각 과정에서 전분 구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그렇다면 식힌 고구마는 혈당이 덜 오를까
여기서는 조금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항성 전분이 늘어나면 소화 가능한 전분의 비율과 소화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전분 식품에서는 조리 후 냉각하거나 다시 데우는 방법에 따라 식후 혈당 반응이 달라진 연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를 그대로
“고구마는 차갑게 먹으면 혈당이 확실히 낮아진다”
라고 확대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고구마 자체를 대상으로 식힌 상태와 갓 조리한 상태의 식후 혈당을 직접 비교한 사람 대상 연구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한 혈당 반응은 고구마의 품종, 조리 방법, 익힌 정도, 먹는 양, 함께 먹는 음식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힌 고구마는 혈당 관리를 위한 하나의 조리 방법으로 참고할 수 있지만 치료법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4. 삶은 고구마와 군고구마도 같지 않습니다
고구마를 어떻게 조리하느냐도 중요합니다.
고구마를 삶거나 찌면 수분이 많은 상태로 익습니다.
반면 굽거나 로스팅하면 수분이 줄고 전분과 당의 상태도 달라집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고구마의 조리법에 따른 혈당지수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삶은 고구마가 굽거나 로스팅한 고구마보다 낮은 혈당지수를 보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고구마 품종과 조리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고구마에 같은 숫자를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즉,
삶은 고구마 = 항상 낮은 혈당
군고구마 = 항상 높은 혈당
이라고 외우기보다는 조리법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식혔다고 탄수화물과 열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합니다.
고구마를 냉장고에 넣어 식힌다고 고구마 속 탄수화물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항성 전분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지만 고구마 자체가 저탄수화물 식품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혈당이나 체중을 관리하면서 고구마를 먹는다면
차갑게 먹느냐보다 얼마나 먹느냐도 중요합니다.
식힌 고구마라며 평소보다 두세 배 많이 먹는다면 식히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차이보다 섭취량의 영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6. 다시 데우면 저항성 전분은 없어질까
한 번 식힌 고구마를 다시 따뜻하게 먹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전분 식품에서 냉각 후 형성된 저항성 전분 중 일부는 다시 가열해도 남을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식품의 전분 구조와 재가열 온도 및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밥이나 감자, 파스타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냉각과 재가열에 따른 저항성 전분과 혈당 반응은 식품마다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 번 식혔다 다시 데우면 효과가 그대로 유지된다”
또는
“다시 데우면 저항성 전분이 모두 없어진다”
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저항성 전분을 조금 더 섭취하기 위해 복잡한 가열과 냉각을 반복할 필요도 없습니다.
7. 혈당을 생각한다면 이것도 함께 보세요
고구마를 먹을 때 혈당 반응은 온도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다음 요소들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확인할 것이유
| 고구마 양 | 탄수화물 섭취량과 직접 관련 |
| 조리 방법 | 전분 구조와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 |
| 식힌 여부 | 저항성 전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음 |
| 함께 먹는 음식 | 단백질·지방·식이섬유가 포함된 전체 식사가 영향을 줄 수 있음 |
| 개인의 혈당 상태 | 같은 음식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음 |
특히 당뇨병이 있다면 식힌 고구마라는 이유만으로 섭취량을 크게 늘리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평소 정해진 탄수화물 섭취량과 개인의 식사 계획을 우선하는 것이 좋습니다.
8. 고구마는 어떻게 먹는 것이 현실적일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갓 찐 고구마를 좋아한다면 따뜻하게 먹어도 됩니다.
고구마를 한꺼번에 쪄 두었다면 적절하게 냉장 보관했다가 식힌 상태로 먹거나 다시 데워 먹을 수도 있습니다.
혈당을 관리한다면 ‘차갑게 먹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기보다 다음과 같이 접근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지 않기
- 조리법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 식힌 고구마도 하나의 선택으로 활용하기
- 고구마만으로 한 끼를 구성하기보다 다른 식품과 균형 맞추기
- 자신의 식후 혈당 반응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은 개인별 관리 기준 따르기
핵심 정리
고구마를 익힌 뒤 식히면 전분의 일부가 재배열되면서 저항성 전분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갓 조리한 전분 식품과 식힌 전분 식품의 소화와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힌 고구마가 모든 사람의 혈당을 확실하게 낮춘다고 단정할 정도의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구마의 혈당 반응은 품종과 조리 방법, 섭취량, 함께 먹는 음식 등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혈당을 생각한다면
“고구마는 무조건 식혀 먹어야 한다”
보다
“조리법과 먹는 양을 함께 조절한다”
고 생각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식힌 고구마는 특별한 건강식이 아니라 고구마를 먹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면 됩니다.
참고자료
- Bahado-Singh PS, et al. Relationship between Processing Method and the Glycemic Indices of Ten Sweet Potato Cultivars Commonly Consumed in Jamaica. Journal of Nutrition and Metabolism.
- Glycaemic indices and glycaemic loads of common Korean carbohydrate-rich foods.
- Resistant starch 관련 조리·냉각 및 혈당 반응 연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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